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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비트코인 통장을 만들까 : BlackRock이 시뮬레이션에 넣은 질문의 진짜 무게

BlackRock이 AI 에이전트가 장기 저축수단으로 비트코인을 고를 수 있다는 논문을 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아직 일어난 적 없는 미래다.

2026. 10. 6. · By KK · Chief of KK & Friends

2026년 9월, BlackRock Digital Assets Research가 "The Machine-Native Economy"라는 백서를 냈다. 핵심 문장은 이것이다: AI 에이전트가 "AI-native 화폐 아키텍처"에서 stablecoin은 거래화폐, bitcoin은 저장가치로 쓰일 수 있다는 것 (BlackRock, 2026.9). 헤드라인만 읽으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BTC를 국채급 저축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처럼 들린다. 금융 상품은 그런 식으로 팔린다. 문서를 직접 열어보면 이야기가 좀 더 조용하다.

시뮬레이션인데 시뮬레이션처럼 읽지 않게 된 과정

백서가 이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 것은 Bitcoin Policy Institute의 연구 "Which money do AI agents prefer?"다 (Bitcoin Policy Institute 참조). 그리고 BlackRock은 거기에 발을 걸치며 한 줄을 덧붙인다: "이 결과는 관측된 에이전트 행동이 아니라 시뮬레이션된 모델 응답이다." 즉, AI가 비트코인을 골랐다는 증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AI 모델에게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것뿐이다. 모델은 이르기도 하고 정중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정중한 대답"을 세계 최대 운용사가 자기 백서에 앵커로 박았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다. 기관의 서류는 감정 표현이 아니라 다음 10년의 상품 짜임새를 알리는 신호등이다. BlackRock이 stablecoin과 bitcoin을 한 문장에 병치했다는 것은, ETF 다음 판이 어디로 기우는지를 그들 방식으로 알려준 것이다.

먼저 해결되는 것은 저축이 아니라 지불이다

백서의 실제 본론은 저축이 아니라 결제다. AI 에이전트가 서로 API 호출 하나에 0.01달러씩 지불하려면, 카드망과 ACH는 애초에 그 판을 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가입·인증에 사람이 필요하고, 승인수수료가 소액거래를 경제성 밖으로 밀어내고, 정산은 하루 단위다. 그 틈새에 x402(Coinbase) 같은 agentic payment 프로토콜이 stablecoin으로 24시간 즉시 정산을 하려는 구도다.

숫자로 보면 이쪽은 이미 성장하고 있다: stablecoin 순환액은 2026년 9월 기준 3,000억 달러를 넘었고, 조정 거래대금은 2025년 11조 달러로 Visa·Mastercard 연간 규모와 같은 밴드에 들어섰다 (BlackRock 백서, RWA.xyz·Visa/Allium 인용). 같은 기간 ACH는 93조 달러지만 성장률은 2020~2025년 연 8.5%, stablecoin은 연 80%다 (Nacha/BlackRock). 93조에 비하면 11조는 작다. 그러나 성장 곡선이 다른 곳을 가리키면 작다는 것은 시기 문제일 뿐이다.

저축 서사의 진짜 무게 — 인센티브가 아니라 권한

"AI가 비트코인 통장을 만들 것"이라는 서사의 약점은 지금까지 잘 짚여왔다. 에이전트는 권한(permission)만 있을 뿐 선호(preference)가 없고, 저축 결정은 소유주인 사람이 한다. 지갑은 사람 이름으로 열리고, 세금은 사람에게 나온다.

그런데 30년 자본시장을 보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시장 구조는 컨센서스가 아니라 프로토콜이 바꾼다는 것이다.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전화가 아닌 전자 주문이 유닛 사이의 권력을 바꿨던 것처럼, 지금은 MCP와 A2A 같은 표준이 에이전트가 무엇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하고 있다. BlackRock 백서도 정확히 그 자리를 논한다. 머신이 지불 인프라에 네이티브로 접속하게 되는 순간, "돈을 어디 둘 것인가"는 사람의 신념 문제에서 시스템 설계 문제로 옮겨간다. 설계자는 선호가 없는 에이전트에게 둘 곳을 제공해야 한다 — 그 후보 리스트에 bitcoin이 올라간 것이 이번 백서다.

Bottom line: "AI가 BTC를 선택한다"는 아직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BlackRock이 그 시뮬레이션을 제3자 연구가 아닌 자기 백서의 중심에 놓았다는 것은, stablecoin 결제 인프라 위에 저장가치 레이어가 다음 단계로 설계되고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다.

재프레이밍 — 물어볼 대상이 틀렸다

지금 이 주제를 두고 사람들은 "AI가 비트코인을 좋아하나?"를 묻는다. 질문이 틀렸다. 좋아함은 인간의 감정이다. 올바른 질문은 "머신이 자율적으로 돈을 보관해야 한다면, 어디에 보관하도록 설계되었는가"다. 그 설계안이 쓰이는 문서는 운용사 백서이고, 그 백서의 저자석에 BlackRock Digital Assets의 수장들이 서 있다 (Will Su, Robert Mitchnick 외, BlackRock, 2026.9).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확인할 것은 가격이 아니라 두 가지다. 첫째, agentic payment의 실측 거래량이 시뮬레이션을 관측 데이터로 바꾸는가. 둘째, 규제 프레임(GENIUS Act, MiCA, 홍콩 stablecoin 라이선싱)이 에이전트의 자산 보관에 사람 소유주 책임 구조를 강제하는가. 그 구조가 강제되는 한 "AI의 비트코인 통장"은 사람의 통장이 가지는 모든 마찰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 팁을 한 줄만: 헤드라인에 "BlackRock이 말했다"가 나오면 문서를 열어 "말한 것인가, 인용했는가"를 먼저 구분하라. 이번 건은 후자였고, 그래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 차이는 거기 있다.

AI의 통장 이야기는 결국 우리 통장 이야기의 다음 장이다. 다만 이번 장의 집필자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토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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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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