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의 금융 칼럼 — Finan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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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지정학,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솔직한 시각. 1997년부터 이어온 글로벌 금융 실무 경험에서 나온 생각들을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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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이 드디어 블록체인 장부로 등록된다

금융위원회가 9월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요지는 단순하다 — 토큰증권은 새로운 증권이 아니라, 같은 증권을 예탁원 한 곳의 장부에서 여러 기관이 함께 보는 블록체인 분산원장으로 옮겨 적는 일이다. 지금의 주식·채권·펀드는 이미 전자증권, 즉 컴퓨터 장부에 기록된 권리다. 토큰이 바꾸는 건 그 장부를 공동으로 쓰는 '공용 장부'로 옮기는 형태다. 정부는 한 번에 이사하지 않는다 — 2027년 2월 법 시행 1단계로 기관투자자 전용 펀드·사채, 비상장주식 신탁, 공모 조각투자부터 시작해 안정을 보며 공모 증권,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확대한다. 키우되 투자자는 보호한다 — 1인당 청약한도(3천만원 또는 발행액 5% 중 작은 쪽), 시장 당 연 순매수 1억원 한도. 진짜 화물은 조각투자가 아니라 '권리관리' 골격이다. 기술이 바뀌면 리스크도 같이 이사 온다. 장부를 옮기는 손이 이미 감독기관으로 넘어온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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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3% 매일 배당? SATA 우선주의 달콤한 유혹과 불편한 진실

Strive(ASST)가 발행한 우선주 SATA는 미국 최초로 영업일마다 매일 배당을 줍니다. 액면가 $100 기준 연 13%. 그런데 회사는 이익잉여금이 없다고 공시했을 정도로 사업 수익이 사실상 없습니다. 쓰는 방법은 이겁니다 — 주가가 $100 위에 있을 때 새 주식을 찍어 팔고(ATM 발행), 그 돈으로 기존 주주 배당을 주고 남으면 비트코인을 더 삽니다. 구조가 돌아가려면 비트코인이 매년 13% 이상 올라야 합니다. 2026년 6월, 비트코인 하락과 레버리지 청산이 겹쳐 주가는 장중 $79까지 폭락하며 실제로 한 번 깨졌습니다. 다행히 예비 버퍼로 버텼고 8월에 $100 부근까지 회복해 발행을 재개했습니다. 달콤한 배당의 출처는 '수익'이 아니라 '비트코인 상승 + 신주 발행'입니다. 자산 가격이 올라야만 성립하는 수익은 수익이 아니라 변동성에 건 베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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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개에서 19개로

S&P 500에서 미 10년물 국채보다 높은 배당을 주는 종목이 19개다. 500개 중 19개. 2016년 7월엔 317개였다. 비율로 쓰면 3.85%이고, 2007년 5월 이후 최저이며 이 지표의 장기 평균은 18% 근처다. 칼날은 두 개다 — 국채 금리가 올라갔고 배당수익률이 내려갔다. 그런데 배당수익률이 내려간 이유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배당을 깎은 게 아니라 주가가 배당 인상 속도를 압도했다. 엔비디아의 배당수익률은 0.5%에 못 미치고, 시가총액 가중 지수에서 상위 몇 개가 1%도 안 되는 배당을 주면 나머지가 무엇을 하든 지수는 바닥에 붙는다. 표면 숫자만 보면 착시다. 자사주 매입까지 더하면 격차는 상당 부분 메워진다. 그래도 남는 게 있다. 무위험 수익률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15년은 TINA — There Is No Alternative, 주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둘 데가 없어서 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2년물조차 4%를 넘는다. 골드만은 향후 10년 S&P 500 연평균 총수익률을 6.5%로 보는데 하방 시나리오는 3%다. 10년물을 지금 사서 만기까지 들면 4.6%가 확정된다. 주식의 하방이 국채의 확정 수익률을 밑도는 계산, 이건 지난 15년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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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에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8월 19일, Anthropic이 주요 임차인으로 들어갈 텍사스 데이터센터에 $13억 사모신용이 붙었다. 헤드라인은 금액을 말했지만 읽어야 할 건 그 돈이 자본구조의 몇 층에 앉았는가였다. 개발사 Nexus의 허바드 2,900에이커 캠퍼스는 자체 가스발전소까지 함께 짓는 총 $160억 프로젝트다. Eagle Point가 댄 $13억은 메자닌 — 가장 안전한 층 아래다. 선순위는 구글이 보증했다. 같은 자산, 같은 전력, 같은 임차인인데 이름값이 붙은 층이 따로 있다. 선순위를 산 쪽은 사실상 구글 신용을 샀고, 메자닌을 든 쪽은 이 캠퍼스가 20년 뒤에도 돈을 번다는 전제를 샀다. 여기에 미스매치가 있다. 건물과 전력 인입은 20~30년을 가지만 GPU는 연 30~35%씩 늙고, 주요 AI 칩 렌탈 단가는 2023년 대비 70~90% 떨어졌다. 대출은 시설의 수명을 보고 설계되는데 담보의 절반은 칩의 수명을 산다. 그리고 8월 10일 SEC는 데이터센터 ABS를 기존 증권화 규정에서 상당 부분 면제했다 — 빠진 것 중에 위험보유가 있다. 만든 사람이 물량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 시장이 하나 더 생겼다. 다만 반대편도 있다. 선순위에 구글 보증이 붙은 한 담보가치 하락이 곧 부도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보증이 모든 딜, 모든 층에 붙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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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을 팔다 가게를 샀다

NVIDIA의 클라우드 파트너 프로그램은 AI 인프라의 프랜차이즈화다. 7월 1일 엔비디아는 신용 보강과 수익 공유를 묶은 자금 조달 방식을 내놨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GPU 대금 전액을 자기 capex로 떠안지 않아도 되게 하고, 대신 그 시설이 버는 컴퓨팅 매출의 일정 몫을 장기간 가져간다. 첫 파트너는 호주 Sharon AI와 싱가포르 Firmus — 합산 최대 21만 장 규모다. IREN과는 최대 5GW 배치에 텍사스 Sweetwater 2GW를 플래그십으로 삼고, 보통주 3,000만 주를 주당 $70에 살 수 있는 5년 워런트(최대 $21억)를 받았다. 여기에 5년 $34억짜리 AI 클라우드 계약까지 얹혔다. 같은 파트너에게 장비를 팔고, 돈을 대주고, 지분 옵션을 받고, 그 위에서 컴퓨팅을 사간다 — 공급자이자 채권자이자 주주이자 고객이다. 하드웨어 판매는 주기를 타지만 사용량 연동 매출 배분은 타지 않는다. 일회성 매출을 지대로 바꾼 것이다. 다만 본질의 한 축은 남는다. 판매자가 구매자의 자금을 대고 있다. 1990년대 말 통신장비 회사들이 정확히 이 방식으로 매출을 만들었고, 사이클이 꺾였을 때 장비값과 빌려준 돈을 함께 잃었다. Sharon AI는 NVIDIA와 매출을 나누기 전에 이미 Digital Alpha와 최대 $2억 수익 공유 시설을 잡아뒀다. 같은 미래 매출이 두 방향으로 저당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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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수선 아래의 화물

빅테크의 진짜 부채는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각주에 있다. 리스부채 $2,480억에 장기차입금 $3,560억, 장부에 잡히는 건 합쳐서 $6,040억이다. 잡히지 않는 쪽은 미개시 리스 $9,040억에 구매약정 $1조 5,200억 — 보이는 것 1에 보이지 않는 것 4다. Alphabet 한 곳의 구매·계약 약정만 $8,110억으로, 이 회사 장기차입금의 여덟 배다. 회계에도 흘수선이 있다. 엔론 이후 SOX가, 2019년 IFRS 16이 운용리스를 장부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제는 그 선이 리스 ‘개시’를 기준으로 그어졌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착공에서 가동까지 2~4년이고, 그 기간은 전부 각주에 산다. 연장옵션은 행사가 reasonably certain할 때만 계상하니, AI 전략이 불확실하다고 쓸수록 부채는 작아진다. 무디스는 5개 하이퍼스케일러의 미개시 리스를 $6,620억, 조정부채의 113%로 셌다. Meta의 Hyperion은 그 정점이다 — 파산격리 SPV가 $272.9억 본드를 찍고 Meta가 16년 잔존가치보증을 댔는데, S&P는 Meta 신용에서 한 노치 아래로 매기고 Meta 회계는 연결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같은 거래, 두 개의 진실. 2001년 엔론과 2007년 SIV를 데스크에서 두 번 본 사람의 질문은 하나다. 위기가 오면 어떤 자산이 우리 장부로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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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부의 마지막 항복

Riot이 록데일 캠퍼스 191MW를 20년·약 $9.1B에 넘겼다. 공시에 상대방 이름은 없다 —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랩 중 한 곳”이라고만 적혀 있고, Anthropic이라고 특정한 건 블룸버그다. 연장 옵션까지 쓰면 $16.1B, 먼저 들어온 AMD 계약과 합치면 계약 매출 $9.8B의 2-테넌트 캠퍼스가 된다. 발표에 주가는 20% 넘게 뛰었다가 하루 만에 거의 전부 반납했다. 그게 이 거래의 진짜 이야기다 — 시장은 이 전환을 이미 알고 있었다. 채굴 기업들은 지난 5년간 싼 전기를 찾아 텍사스로, 와이오밍으로 갔고 그 땅에 변압기를 세웠다. 캐고 있던 건 비트코인이었지만 진짜로 쌓은 자산은 전력 접근권이었다. 계산이 언제 끝났는지는 장부에 남아 있다. Riot는 1월에 록데일 200에이커를 사면서 대금 $96M을 비트코인 1,080개를 팔아 치렀다. 이제 채굴 ETF를 사는 투자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아니라 ERCOT의 심사 속도와 데이터센터 공실률에 베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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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B의 하루, 그리고 비선형의 물리학

미국 정부는 하루에 이자로만 $3.8B을 쓴다. 메디케어 $3.1B보다, 국방 $2.5B보다 크다. 최근 12개월 누적 이자는 $1.4조로 사상 최대이고, 2020년 이후 거의 세 배가 됐다. 금리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2028년 11월엔 $1.7조 — 그 시점에 이자는 사회보장을 제치고 연방정부 최대 지출 항목이 된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곡선의 모양이다. BIS 연구자들이 증명한 건 하나다. 부채가 임계점을 넘으면 같은 규모의 적자가 훨씬 큰 금리 상승을 부르고, 그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밀어 올려 다시 이자를 키운다. 8월 18일 30년물은 5.34%로 2007년 이후 최고를 찍었고, 다음 날 재무부는 장기물 바이백을 건당 $2B에서 $4B으로 두 배 늘렸다. 시장은 수개월간 무시하다가 어느 화요일 오후에 집단적으로 임계점을 넘는다. 그리고 그날 아침까지도 모든 지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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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진 건 연료였지, 엔진이 아니었다

딥시크는 671B 모델 학습을 557만 달러에 끝냈고 API 출력 단가를 100만 토큰당 $0.28까지 내렸다. 효율이 이 정도로 뛰면 하드웨어 수요는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B200 제조원가는 93% 뛰었고, 그 원가의 45%를 HBM이 먹었다. 렌탈료는 한 달 만에 24% 폭등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 모델이 싸지자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시키기 시작했다. 단가가 1/10이 되고 소비량이 100배가 되면 청구서는 10배가 된다. 제본스의 역설이다. 그리고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로 넘어가면서 HBM 웨이퍼 한 장이 일반 D램 세 장을 밀어냈다. HBM은 D램 생산의 30%까지 올라왔고, 곽노정 사장은 2027년이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에도 인터넷 전망은 맞았지만 나스닥은 78% 빠졌다. 맞는 전망과 살아남는 포지션은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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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엔 돈 빌려주지 마세요”

1953년 한국의 신용조회 결과는 한 줄이었다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건 불가능하다. 2026년 무디스는 Aa2를 유지했다. 30년간 이 점수판 안에서 밥을 먹고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이 점수는 감동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무엇을 팔아 버는지, 빚을 어떻게 얻어 썼는지, 약속을 지킨 기록이 있는지 — 딱 세 가지만 본다. 밥이 없는데 학교를 지어 20년 뒤 청구서를 받은 이야기, 남들이 손 뗄 때 지른 포항제철·울산·반도체, 그리고 1997년. 그해 무너진 건 공장이 아니라 현금 관리였고, 금 모으기가 갚은 것도 빚이 아니라 신용이었다. 그래서 뒷장을 봐야 한다. 출산율 0.80, 꺾이지 않는 빚의 방향, 90%에 육박한 가계부채, 반도체 한 다리, 그리고 계산이 안 되는 항목 하나. 지난 73년의 점수는 공장이 올렸지만 다음 73년은 공장으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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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감 후, 모이는 이곳

KK & Friends는 'KK'로 시작하지만 'Friends'로 끝난다. 30년 렌즈는 강력한 무기이자 편향이고, 혼자서는 자기 프레임의 사각지대를 잡아내지 못한다. 정보는 넘치는데 해석 인프라는 얇아진 시대 — 1792년 버튼우드 나무 아래 브로커 24명이 그랬듯, 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장 마감 후 커피 한 잔 앞 세 줄에서 먼저 나왔다. 이곳은 그 길모퉁이의 디지털 버전이다. 혼자 보면 확신이 빨리 오고, 같이 보면 오답이 빨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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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몰빵 포트폴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2026년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정확히 정렬돼 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다 — 포지션 사이즈와 리스크 한도다. 재정·산업·규제·미디어, 종목 선정은 A+다. 그런데 코스피 9,000은 두 종목과 레버리지 ETF가 만든 숫자이고, 550조 AIDC는 전력이 안 꽂히면 공회전하며, 네거티브 규제는 면책 없이는 종이 위의 선언이다. 시장은 전망이 아니라 포지션 관리로 생존자를 고른다. 헤지는 이미 설계도 안에 있다 — 남은 질문은 리밸런싱이 실제로 집행되는가,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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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조를 더하면 저울은 흔들릴까 — BNK·JB 합병의 해부

BNK와 JB를 합치면 자산 234조 원짜리 초대형 지방은행이 태어난다. 하지만 시장의 저울은 자산의 무게대로 값을 매겨주지 않는다 — BNK는 자산이 JB의 두 배지만 시가총액은 거의 같다. 시장은 무게가 아니라 효율을 단다. 합병비율, 시중은행 전환의 4% 지분 규제, 노조·지역의 벽, CET1과 주주환원 — 판결문 대신 공부해야 할 질문 목록을 남긴다. 234조는 대항마의 탄생일 수도, 한 장의 큰 청구서일 수도 있다. 아직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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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규칙이냐 입법이냐 — SEC와 의회가 동시에 쓰는 크립토 시장의 룰

SEC가 2026년 7월 7일 크립토 자산공모·브로커딜러 자본규제·거래시장구조 개정 3개 규칙을 규제 아젠다에 올리고 이달 NPRM을 목표로 삼았다. 같은 시점 의회의 CLARITY Act는 하원 통과·상원 은행위 통과에도 8월 7일 휴회를 앞두고 본회의 표결 일정조차 못 잡았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같은 시장의 룰을 동시에 쓰려는 이례적 국면 — 먼저 확정선을 긋는 쪽이 이후 5~10년의 협상 테이블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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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를 쥔 자" — 화폐의 진화

화폐의 5,000년 역사는 장부(ledger)의 역사이고, 장부의 역사는 결국 지우개를 누가 쥐느냐의 역사다. 잉크는 언제나 시민이 채웠고, 지우개는 언제나 권력이 쥐었다. 리디아 주화의 시뇨리지부터 성전기사단의 신용장, 원나라 교초, 닉슨 쇼크까지 — 모든 화폐 체제는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나쁜 잉크가 아니라, 부지런한 지우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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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즈와일, 도착 시간을 늘 일찍 부르는 내비게이션

30년 넘게 "곧 도착합니다"를 외쳐온 사람이 있다. 레이 커즈와일의 2024년 신간 『특이점은 더 가까워졌다』는 20년 전 예측을 한 글자도 물리지 않았다 — 2029년 인간급 AI, 2045년 융합. 내비게이션이 부르는 도착 시간은 못 믿어도, 길 자체는 맞는 경우가 많았다. 방향이 맞아도 타이밍이 틀리면 돈은 남지 않는다. Right direction, wrong clock — 예측 연도는 지우고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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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두 배, 엔진은 하나 — 코스피 랠리의 해부

코스피가 두 배 올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하루에 -7.89%가 나올 수 있는 시장이 됐다는 사실이다.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체형의 문제다. 지금 코스피는 사상 최고 고도를 나는 단발기 — 오를 때도 빠질 때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라는 같은 엔진이 돌았다. 지수가 두 배가 된 게 아니라 한 산업의 사이클이 지수의 옷을 입은 것이고, 볼 것은 방향이 아니라 세 가지 계기판 — 지수 기여도, DRAM 고정거래가격, 신용융자 잔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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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청년의 일자리를 뺏은 게 아니다 — 사다리의 첫 칸을 먹었다

AI는 청년의 일자리를 통째로 뺏지 않았다. 더 잔인한 짓을 했다 — 신입이 기어올라 배우던 '사다리의 첫 칸'을 먼저 먹어치웠다. 신입에게 시니어급 역량을 7배 요구하는 시장에서, 첫 칸이 사라진 사다리는 2층에서 시작한다. 크라우드펀딩 현장에서 창업자 수백 명에게 내 돈을 걸며 배운 것: 끝까지 가는 건 토익 점수가 아니라 한 번 깨지고도 다시 선 회복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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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nsor: 지능은 토큰이 됐지만, 신뢰는 아니었다

Bittensor(TAO)는 지능을 토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끝내 토큰화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 신뢰다. 130억 러그풀과 '거버넌스 극장' 폭로가 드러낸 건, 41건 중 38건이 한 사람 손에서 나온 멀티시그였다. 온체인은 투명했지만, 진짜 통제권은 장부 밖에 앉아 있었다. 모든 위기가 회계 각주 바깥에서 터지는 이유를, 자본시장 렌즈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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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가 판 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거리(距離)'다

머스크가 한 일은 위성을 띄운 게 아니다 — '거리'라는 가격표를 떼어버린 것이다. 저궤도가 지연을 600ms에서 20~40ms로 무너뜨리고 우주 레이저가 광섬유를 이긴 순간, 연결의 '위치 프리미엄'은 붕괴했다. 거리가 죽으면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그 위 하늘을 선점한 자에게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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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아니라 복리(複利): 67달러가 4만 달러로 가는 71년, 누가 1955년에 원금을 넣었나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틀렸다. 기적은 과정을 안 본 사람들의 단어다. 한국이 67달러에서 71년 만에 선진국에 닿은 건 기적이 아니라, 1955년 의무교육이라는 원금을 넣고 71년을 굴린 복리 곡선이다. 복리는 멈추는 순간 마이너스로 꺾인다 — 그래서 진짜 질문은 과거가 아니라 '다음 원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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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500원의 기억: 『Broken Money』, 깨진 건 돈인가 자(尺)인가

Lyn Alden은 "돈은 깨졌다"고 선언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질문은 따로 있다 — 깨진 게 돈인가, 그 돈으로 세상을 재던 자(尺)인가. 1971년 이후 중앙은행은 연 2% 절하를 반세기째 능숙하게 '관리'해왔다. 짜장면 500원에서 1만원까지, 내 위장이 기록한 화폐사로 읽는 정-반-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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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Hyperscaler 5개사 AI capex가 영업현금흐름을 사상 처음 추월하는 2026년. $600B 청구서가 정당화되려면 향후 6~8분기 inference 매출 가속이 전부다. capex가 cash flow를 추월하는 순간,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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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의 세 가지 잠재적 시한폭탄 — 기술은 진짜다, 자본 구조가 문제다

AI 기술은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파이낸싱하는 자본 구조는 2000년 Cisco와 2008년 CDO²의 DNA를 동시에 품고 있다. 수익화 갭·순환 금융·전력 병목, 세 개의 단층선이 동시에 균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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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는 담보에 연금투자한다? — Valor SPV 해부

엔비디아가 자기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자기 칩을 사게 한다. 그 사슬의 맨 끝엔, 자기가 거기 앉아 있는 줄도 모르는 미국 은퇴자들이 있다. 30년 약속 위에 쌓인 3년짜리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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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eld-Bearing Stablecoin: 은행 예금이 '녹아내리는' 소리

이자 붙는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결제 수단이 아니라, 은행 예금을 빨아들이는 삼투압 펌프다. 둑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둑의 시멘트가 천천히 녹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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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이트칼라 인력시장 속의 삼성전자: 수원의 파업이 쏘아 올린 AI 시대의 마진콜(Margin Call)

삼성전자 1Q 영업이익 57조, 노조는 5/21 총파업. 미국은 호황 속 해고, 한국은 호황 속 파업 — 표면은 정반대지만 본질은 같다. AI가 화이트칼라의 가격표를 다시 매기는 강제 청산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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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 취임사 읽기: "이 사람, 보통이 아니다"

학자 출신이지만 학술 강의가 아니다. "유연성"과 "실용주의"의 선언 — 금리 Down-bias는 살리되 속도는 데이터가 결정. 진짜 승부는 원화 국제화와 CBDC 인프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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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 '코드'보다 중요한 건 '콘센트'다

AI 시대의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에너지다. 메모리 공급 1위 한국, 연산 허브로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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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녹아내리는 시대, 당신의 방패는 무엇인가?

법정화폐의 '희석 장치'는 지금도 가동 중이다. 은행 예금은 숫자를 지켜주지만 구매력은 지켜주지 못한다. 금융후진국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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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은 "얼마나"만이 아니라 "언제"도 중요해진다

Strategy의 STRC 배당 쪼개기는 수익률 경쟁을 빈도 경쟁으로 옮겨놓는다. 미래 금융은 '정교한 현금흐름 설계'의 싸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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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이후의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금융질서

스테이블코인은 코인이 아니라 디지털 패권의 새로운 '레일'이다. 미국의 트로이 목마, 중국의 판옵티콘, 그리고 지방도로를 고집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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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화폐는 '에너지'다 — Kurzweil의 논리가 가리키는 곳

AI 시대의 희소성은 노동·자본이 아니라 에너지로 내려간다. 가치의 가장 밑바닥 레이어가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을 Kurzweil의 논리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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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는 실패가 아니다 - 지금 진화 중이다

BIS 신현송 경제고문의 블록체인 파편화 논문에 대한 반론. 파편화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최적 프로토콜을 찾아가는 진화의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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