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는 채굴 이야기
① 장부를 지키는 일당
비트코인에는 은행이 없다. 대신 누군가 거래 장부(블록)를 기록하고 검증해야 한다. 그 일에 계산 능력을 내놓고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 과정이 채굴이다.
② 자물쇠 맞히기 게임
채굴은 숫자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넣어 보며 가장 먼저 여는 게임이다
1초에 몇 번 넣어 볼 수 있는지가 해시레이트다. 원문 기준, 2026년 전 세계 채굴기를 합친 해시레이트는 900~950 EH/s다. 1 EH/s는 1초에 100경 번 계산하는 속도다. 이 계산량이 장부를 뒤집으려는 공격을 비싸게 만든다.비트코인의 담장이다.
③ 스스로 높이를 맞추는 담장
비트코인은 평균 10분에 블록 하나가 나오도록 설계됐다. 2,016개 블록(약 2주)마다 난이도를 다시 맞춘다. 채굴기가 늘면 자물쇠가 어려워지고, 줄면 쉬워진다.
한 번에 바뀌는 폭은 최대 4배로 묶여 있다.
④ 4년마다 반으로 깎이는 품삯
발행 총량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약 4년마다 블록 보상이 반으로 줄고(반감기), 2024년 4월부터는 블록 하나에 3.125 BTC다.
가격보다 환율
사람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채굴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채굴자의 계산은 다르다. 채굴기는 전기를 넣으면 비트코인이 나오는 환전소다. 사업이 되느냐는 "전기 1kWh로 비트코인을 얼마나 바꿔 오느냐"와 "그 전기를 얼마에 사느냐"의 차이로 정해진다.
그 환율을 하루 단위로 보여 주는 숫자가 해시프라이스다. 1 PH/s의 계산 능력을 하루 돌렸을 때 버는 달러, 채굴기의 일당이다. 내 기계가 하루에 받는 비트코인은 이렇게 계산한다.
하루 받는 BTC = (내 해시레이트 ÷ 전체 해시레이트) × 144블록 × 3.125 BTC + 거래 수수료 몫
하루 144블록은 10분에 하나씩 24시간이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을 곱하면 그날 매출이고, 전기요금을 빼면 그날 이익이다. 그래서 채굴에는 기준선이 두 개 있다.
손익분기 전기요금: 지금 시세에서 감당할 수 있는 1kWh당 최고 단가. 이보다 비싼 전기면 켤수록 손해다.
셧다운 가격: 내 전기요금으로 적자를 면하는 비트코인 최저 가격
미국 텍사스나 중동처럼 산업용 전기가 싼 곳의 대형 사업자만 하락장에서 버티는 이유가 여기 있다. 환율 싸움에서 원가가 낮은 쪽이 이긴다.
Bottom line: A miner is a currency exchange that buys electricity and sells bitcoin. The spread is the business.
환전소의 설비: 연비와 열
① 연비가 전부다
채굴은 오직 이 계산만 하도록 만든 전용 반도체(ASIC) 채굴기로만 한다. 일반 컴퓨터나 그래픽카드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기계의 연비는 J/TH, 1 TH(초당 1조 번 계산)를 만드는 데 드는 전력이다. 작을수록 전기를 덜 먹는다
원문의 비교(Bitmain 기준):
S19 XP Pro(구형): 141 TH/s, 3,031W, 21.5 J/TH
S21+: 216 TH/s, 3,360W, 15.6 J/TH
S21 Pro: 234 TH/s, 3,510W, 15.0 J/TH
S21 XP: 270 TH/s, 3,645W, 13.5 J/TH
S21 XP 액침형: 300 TH/s, 4,050W, 13.5 J/TH
21.5에서 13.5로 내려오면 같은 계산에 드는 전기가 약 37% 줄어든다
한 대가 3,645W를 쓰고 소음도 크다. 집 대신 산업용 전기 설비가 있는 곳에서 돌려야 한다
② 열을 다루는 방식
선풍기로 식히는 공랭식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는 기름에 기계를 통째로 담그는 액침 냉각으로 대형 채굴장의 표준이 옮겨 가고 있다
열을 잘 잡고 먼지가 들어가지 않아 고장이 줄어든다. 대신 초기 설비비가 든다(절감 폭은 현장마다 달라 확인 필요)
버려지던 열을 비닐하우스 난방이나 양식장 수온 유지에 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③ 칩마다 다르게 먹이는 펌웨어
Braiins OS 같은 펌웨어는 기계 안 칩 수백 개를 하나씩 재서, 튼튼한 칩엔 전기를 더 주고 약한 칩엔 덜 준다(오토튜닝)
비트코인 값이 떨어지면 전기를 줄여 버티고(언더클럭), 오르면 더 밀어붙인다(오버클럭)
④ 혼자 캐면 로또다
혼자서 블록을 찾을 확률은 너무 낮다. 그래서 여러 채굴자가 연산력을 모아 함께 캐고 기여한 만큼 나누는 마이닝 풀에 들어간다.
원문 기준 수수료:
FPPS: 풀이 블록을 찾든 못 찾든 연산력만큼 매일 고정 지급, 수수료 2~4%
PPLNS: 풀이 실제로 찾았을 때만 나눔, 수수료 0~1%
상위 몇 개 풀에 전체 연산력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는 점은 비트코인의 오래된 숙제다(구체적 점유율은 확인 필요)
한국에서 환전소를 열 때
① 싼 전기는 남의 전기다
한국전력 약관상 채굴은 일반용 요금을 내야 한다.
값싼 농업용·산업용 전기로 몰래 채굴하다 적발돼 큰 위약금을 낸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원가가 싸 보이는 전기가 사실은 가장 비싼 전기다.
② 세금은 '골든타임'으로 계산하지 말 것
개인의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지방세 포함 22%)는 2027년 1월 1일 시행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것을 "2026년까지 채굴 수익은 비과세"로 읽으면 위험하다. 채굴을 사업으로 하면 사업소득이나 법인세 대상이 될 수 있다(확인 필요: 사업 형태별 과세는 세무사와 확인할 것).
환전소가 배터리가 되는 순간
여기까지 보면 채굴은 전기를 많이 먹는 사치처럼 보인다. 미국 텍사스는 다르게 쓴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ERCOT)은 여름철 냉방 수요로 전력이 빠듯해지면 대형 채굴장에 신호를 보낸다. 채굴장은 몇 분 안에 기계를 끄고 전기를 도시에 돌려준다. 그 대가로 전력 크레딧을 받는다. 상장 채굴사 Riot Platforms는 2023년 8월 한 달 동안 받은 전력 크레딧을 3,170만 달러로 발표한 적이 있다(확인 필요).
평소에는 남아서 버려질 전기를 사 주고, 위기에는 전기를 내놓는다. 채굴장이 전력망의 거대한 배터리 노릇을 하는 셈이다. 비싼 전기를 먹는 산업이라는 흉터가, 전력망을 받쳐 주는 기능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이 사이트의 「비트코인 광부의 마지막 항복」(2026년 8월)이 다룬 AI 전력 임대 전환도 같은 줄기에 있다. 채굴 기업의 오래가는 자산은 싼 전기와 그 전선이다. 기계는 몇 년마다 바뀐다.
💡 채굴 사업을 볼 때는 비트코인 가격보다 kWh당 전기요금과 장비의 J/TH를 먼저 물어볼 것.
코인 가격만 보는 사람에게는 디지털 금광, 전기요금을 보는 사람에게는 마진이 얇은 에너지 환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