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해외 송금을 바꾼다는 이야기
① 은행 해외 송금은 '편지'부터 보낸다
해외 송금에 쓰는 SWIFT는 돈을 직접 옮기지 않는다. 은행끼리 "이 사람에게 얼마를 줘라"는 편지를 주고받는 통신망이다
실제 돈은 나라마다 거래하는 은행들이 서로 장부를 차례로 고쳐 가며 옮긴다. 택배가 물류센터를 몇 번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
원문 기준, 미국에서 베트남의 지방 은행으로 보내면 중간 은행을 1~4곳 거치고, 거칠 때마다 15~25달러가 빠진다.
은행 영업시간과 휴일을 따르니, 금요일 오후에 보낸 돈을 다음 주 화·수요일에야 쓰는 일도 흔하다
② 블록체인 송금은 편지와 돈이 같이 간다.
스테이블코인은 1개가 1달러가 되도록 값을 묶어 둔 디지털 돈이다(USDC, USDT 등)
보내는 사람의 디지털 지갑에서 받는 사람의 지갑으로 바로 간다. 중간 은행이 없다.
밤이든 주말이든 몇 초에서 1분이면 끝난다
원문이 인용한 코인베이스 분석 기준, 10만 달러를 멕시코로 보낼 때 은행은 1,000~1,500달러, 스테이블코인은 현지 돈으로 바꾸는 비용까지 250~500달러가 든다.
이더리움: 사람들이 맡겨 둔 금융 자산 382억~535억 달러, 스테이블코인 약 1,478억 달러(전체의 절반 가까이), 매달 활동하는 개발자 3만 1,800명 이상
솔라나: 맡겨 둔 자산 47억~66억 달러, 스테이블코인 150억~166억 달러, 개발자 1만 7,700명 이상. 덩치는 작지만 거래는 훨씬 잦다.
트론: 스테이블코인 약 941억 달러, 그중 97% 이상이 USDT. 남미·아프리카·동남아에서 달러를 주고받는 통로로 쓰인다.
수이·앱토스: 메타(옛 페이스북)가 만들다 접은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의 기술에서 나온 새 체인들이다. 아직 규모는 작다.
철로는 많은데 짐이 모자라다
문제는 기술보다 짐이다. 원문이 짚은 약점 세 가지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킨다.
① 레일 폭이 제각각이다
블록체인이 수백 개로 늘면서, 들어온 돈이 큰 호수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작은 웅덩이 여러 개로 갈라졌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에 있는 내 돈으로 솔라나에서 무언가를 사려면 지갑을 새로 만들고, 그 체인 수수료로 낼 코인을 따로 사고, '브리지'라는 연결 다리로 돈을 직접 옮겨야 한다.
예전에 도시마다 교통카드가 달라서 다른 도시에 가면 표를 새로 사던 것과 같은 불편이다.
② 코인 대부분이 아직 창고에 있다
원문 기준, 2024년 이후 나온 많은 코인은 전체 발행량 가운데 시장에 풀린 건 5~10%뿐인데, 회사 전체 몸값은 수십억 달러로 매겨졌다.
시장에 풀린 양이 적으니 조금만 사도 값이 쉽게 오른다. 그러다 초기 투자자와 내부자 몫의 코인이 풀리면 값이 크게 무너지는 일이 되풀이됐다.
나라로 치면, 돈 대부분을 몇 사람이 금고에 쥐고 있다가 한꺼번에 시장에 푸는 셈이다. 그런 돈을 믿고 오래 맡길 사람은 많지 않다.
③ 그 나라의 이자가 미국 국채보다 낮다
원문 기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17~5.22%다.
이더리움을 맡기고 받는 보상(스테이킹 수익)은 연 2.8% 수준이다.
미국 국채는 미국 정부가 갚는다. 이더리움을 맡기면 코인 값이 떨어질 위험이 있고, 규칙을 어긴 검증자는 맡긴 코인을 빼앗기기도 한다
위험은 더 큰데 이자는 절반이다. 국채보다 위험한 상품이 이자는 더 적게 주는 꼴이니, 큰돈이 오래 머물 이유가 약하다.
Bottom line: A chain does not win by being fast. It wins when money chooses to stay.
살아남는 철도를 알아보는 법
원문의 잣대 중 일반 독자에게도 쓸모 있는 건 두 가지다.
한 사람이 얼마나 맡겼나: 원문 기준 이더리움은 이용자 1명당 약 20만 달러, 솔라나는 약 2,500달러다. 이더리움은 큰돈이 오래 머무는 은행 금고, 솔라나는 작은 돈이 빠르게 오가는 시장 골목에 가깝다.
돈이 너무 빨리 돌지 않나: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면 그곳은 정착지보다 카지노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코인 값이 떨어질 때도 맡긴 돈과 스테이블코인이 늘어나는 체인이 다음 승자가 된다.
이더리움·솔라나처럼 혼자서도 굴러가는 큰 경제권이 되는 길.
한 분야(예: 부동산·채권 같은 실물 자산 거래)만 꽉 잡는 길.
큰 체인의 보안을 빌려 쓰는 보조 도로(레이어 2)로 남는 길
바이낸스 체인이나 베이스처럼 큰 거래소의 고객과 자본을 등에 업는 길.
어느 쪽에도 들지 못한 체인은 짐이 다니지 않는 철로가 된다.
레일 폭을 맞추는 세 가지 장치
약점이 보이는 자리에서 이미 수리가 시작됐다.
① 어느 체인인지 몰라도 되게 하기
사용자는 "이더리움에 있는 내 코인을 줄 테니, 다른 체인에서 100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을 달라"는 결과만 승인한다.
어느 다리를 건너고 수수료를 어떻게 낼지는 중간에서 경로를 찾아 주는 업체가 대신 처리한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대신 찾아 주는 것과 같다.
유니스왑 랩스와 어크로스 프로토콜이 이 방식의 공통 규격(ERC-7683)을 제안했다.
② 미국 국채 이자를 체인 안으로 들여오기
블랙록은 미국 단기 국채와 현금 등에 투자하는 펀드(BUIDL)를 이더리움 위의 디지털 증서로 만들었다. 최소 가입액은 500만 달러다(원문 기준).
이자는 새 증서로 지급되고, 스테이블코인과 체인 위에서 바로 바꿀 수 있다(지급 주기 등 세부 구조는 확인 필요).
블록체인 이자가 국채보다 낮다는 약점을, 국채 자체를 체인에 올려 메우는 방식이다.
③ 의리 없는 새 손님, AI
코인베이스의 x402 같은 기술은 AI 프로그램이 직접 디지털 지갑을 갖고 돈을 주고받게 해 준다.
AI는 은행 계좌를 열 수 없으니 지갑을 쓴다. 그리고 어느 체인이 유명한지에 관심이 없다. 가장 싸고 빠른 길만 고른다.
이런 손님이 늘수록 비싸고 느린 체인은 빨리 밀려난다.
이 장치들이 자리 잡으면 체인 수가 줄어드는 과정은 붕괴보다 구조조정에 가깝다. 미국 철도도 19세기 말 레일 폭을 하나로 맞춘 뒤에야 화물을 내리지 않고 대륙을 오가는 일이 흔해졌다. 블록체인의 쪼개짐을 진화의 단계로 본 4월의 글(「파편화는 실패가 아니다」)과 스테이블코인을 새 송금 철로로 본 글(「달러 이후의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금융질서」)이 이 이야기의 앞부분이다.
💡 코인 하나를 볼 때는 거래가 얼마나 많은지보다, 값이 떨어질 때도 그 체인에 맡겨진 돈이 늘었는지를 먼저 볼 것.
**속도만 보는 사람에게는 가장 빠른 체인의 승리,
화물칸을 보는 사람에게는 돈이 떠나지 않는 체인의 승리.**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