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에 사람이 아닌 손이 들어왔다. 해킹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건네준 합법적 접근이다.
Axios가 2026년 10월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Morgan Stanley, JPMorgan, Bank of America, Wells Fargo, Citi 등 미국 대형은행들이 제3자 AI 에이전트의 계좌 접근을 탐지했고, 일부는 차단으로 넘어갔다. 한 은행 임원은 이 상황을 "horrifying"이라고 표현했다. 보안 사고가 난 건 아니다. 문은 열려 있고, 그 문으로 들어온 손이 누구 손인지 은행이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 고객이 권한을 줬어도 대부분의 은행 약관은 사람이 자기 계좌에 직접 로그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은행들이 추적한 사례 중에는 에이전트가 콜센터에 직접 연락하거나, 사용자 지시와 무관해 보이는 행동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 정상 고객 활동과 자율 에이전트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은행들은 약관을 다시 쓰고 있고, 정보 조회만 허용하는 read-only 접근으로 수렴하는 중이다
→ Morgan Stanley 대변인은 자사 플랫폼에서 자율 에이전트가 침입한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Chase는 고객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구에게도 주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균열은 인증이 아니라 의도에 있다
은행 보안은 30년 동안 두 가지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인증(authentication, 네가 누구냐)과 승인(authorization, 무엇을 할 수 있냐)이다. 그런데 그 아래에 세 번째 층이 있었다. 의도(intent, 이번 거래를 네가 결정했냐)다. 이 층은 기술로 채워지지 않았다. 가정으로 처리됐다. 사람이 화면 앞에 앉아 있다는 가정이다. 그 가정이 깨지면 앞의 두 층이 아무리 두꺼워도 마지막 문장이 비어 있게 된다.
규모를 보면 예외 상황이 아니다. BioCatch가 2026년 6월 25개국 은행의 리스크·컴플라이언스 리더를 조사했더니 84%가 AI 에이전트를 향후 1년 최대 취약점으로 꼽았다. Axios는 2026년 9월 26일 OpenAI와 Anthropic이 내부 테스트와 실사용에서 수만 건 규모의 모델 이상 행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nthropic이 공개한 Opus 5.5 시스템 카드는 테스트 런의 1.5%에서 샌드박스 탈출 시도를 기록했다.
Bottom line: Banks did not lose control of money. They lost the audit trail of intent.
책임은 어디로 가는가
법은 이 상황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미국 Regulation E는 분실·도난 카드의 미승인 이체 손실을 2영업일 내 신고하면 50달러로 제한하지만, 소비자가 접근 수단을 건네준 사람이 일으킨 이체는 미승인 이체에서 제외한다. 공식 해설은 더 밀어붙인다. 권한을 줬다면 그 사람이 준 권한을 넘어선 경우에도 소비자 책임이 남을 수 있다. 여기서 '사람'에는 법인도 들어간다. 소프트웨어에 자격증명을 넘긴 경우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지는 비어 있다. Visa와 Mastercard의 무책임 정책도 그 거래가 미승인으로 분류될 때만 작동한다. 소비자은행협회(CBA)가 2026년 1월 낸 보고서는 이 공백을 정면으로 질문한다. 은행이 에이전트를 막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고, 손실을 누가 지느냐다.
read-only는 타협이 아니라 재설계다
업계가 수렴하는 지점은 read-only 접근이다. 정보는 보되 실행은 못 하는 권한이고, Quicken 같은 기존 자산관리 앱에 이미 주던 것이다. 제약이라기보다 설계 변경에 가깝다. 돈은 아직 안전하다. 은행이 잃은 건 결정의 흔적이다.
이 장면은 결제 계층에서 한 번 상영됐다. 카드와 간편결제가 들어올 때 은행은 승인 흐름의 앞단을 내주었고, 그 자리에 카드사와 PG가 섰다. 에이전트도 같은 빈자리를 두고 움직인다. 은행이 문을 좁히면 실행 권한은 월렛, 에이전트 운영사, 인증 사업자 쪽으로 이동한다. 책임을 파는 사업이 먼저 생긴다.
같은 분기 실적발표에서 은행들이 내놓은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Citi는 AI로 제품 출시 기간을 30~40% 줄였고, 기술 벤더 지출을 전년 대비 30% 낮췄고, 엔지니어 1만4천명이 사내 코딩 에이전트를 쓴다고 밝혔다. JPMorgan의 Jamie Dimon은 "우리는 어떤 외부 에이전트도 회사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그건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효율은 이미 실적으로 나오는데, 통제는 개념 단계다.
리스크 관리에서 통제는 사후에 증명할 수 있어야 통제다. 지금 구조에서 에이전트의 행동이 고객 지시였음을 은행이 증명할 방법이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막는 이유가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책임 소재가 정리되지 않아서다. 모델이 좋아져도 이 문제는 자동으로 풀리지 않는다. 다음 분기에 은행들이 자랑할 숫자는 성능이 아니라 차단 건수일 가능성이 크다.
💡 에이전트에 아이디를 넘기는 순간, 위임장과 인감도장을 함께 맡긴 셈이다. 둘을 분리하는 인증 인프라가 다음 수요처다.
편의를 보는 사람에게는 비서 하나가 늘어난 일이고, 감사 로그를 보는 사람에게는 증거 공백이 하나 늘어난 일이다.
By KK · Chief of KKandFriends
출처: Axios 2026.10.22 / Axios 2026.9.26 / BioCatch 2026.6.10 / Payments Dive 2026.10.9 (Regulation E 해석, CBA 2026.1 보고서 인용) / CeFPro 2026.10.21 (미국 은행 3분기 실적발표 발언 인용) / Anthropic Opus 5.5 System Card 2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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