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같은 사건, 두 개의 숫자다. 브라질 이보베스파는 10월 26일 장중 17.34%까지 밀렸고, 종가는 13.88% 하락이었다. 차이는 3.5%포인트다. 이 3.5%포인트가 이 사건의 성격을 말해준다. 시장은 브라질을 다시 계산한 것이 아니라, 이미 들고 있던 것을 급히 내려놓았다.
실제로 일어난 일
개장 직후 지수는 205,088.74까지 올랐다. 전일 종가보다 높은 출발이었다. 그 다음 10시 무렵 10% 하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걸렸고, 30분간 현물과 선물, ETF 거래가 멈췄다. 재개된 뒤 169,516.43까지 밀렸다. 저점 기준 17.34% 하락, 2020년 3월 이후 최악이다. 종가는 176,608.23, 13.88% 하락이다.
환율은 더 격했다. 달러는 장중 12.52% 오른 5.60헤알까지 갔고, 8.36% 오른 5.406헤알에 마감했다. 23년 만의 최대 일간 상승이다. 금리도 같이 뛰었다. 2031년 1월 만기 DI 선물은 장중 15.940%까지 올라 하루 330bp 상승을 기록했고, 15.185%에 마감해 254bp 상승을 남겼다. 2028년 1월물은 14.8%로 194bp 올랐다.
주식은 골고루 빠지지 않았다. 방쿠 두 브라질이 31%, 페트로브라스가 12% 하락했다. 미국 상장 브라질 ETF인 EWZ는 장중 26%까지 밀렸고 종가 기준으로는 19% 하락했다. 개장 무렵 사라진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를 넘었다.
선거는 예측됐고, 결과는 아니었다
1차 투표는 10월 4일이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47.03%, 룰라가 45.16%를 얻었다. 시장은 다음 날 7.85% 올랐고 EWZ는 10% 넘게 뛰었다. 예측시장은 결선 직전까지 플라비우의 승리에 80% 안팎의 확률을 부여했다. 8월 중순부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며 지수는 사상 최고 부근까지 올라 있었다.
결과는 51.79% 대 48.21%였다. 4백40만 표 차이로 뒤집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다. 시장이 80%의 확률로 이미 정해 놓은 답이 틀렸다는 사실이다. 확률이 80%였다면, 그 가격에는 그 답이 거의 전부 들어가 있었다. 틀린 20%가 실현되면, 손실은 20%의 크기가 아니라 100%의 포지션 크기로 온다.
예측시장의 80%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돈이 만든 숫자다. 돈이 만든 확률도 틀린다. 문제는 그 확률을 근거로 포지션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 판단이 아니라 남의 베팅을 샀다는 점이다. 그 베팅이 틀리면 파는 이유도 자기 판단이 아니라 남의 청산이 된다.
재정은 주말에 변하지 않았다
이 나라의 재정 숫자는 금요일에도 그대로였다. 정부 부채는 GDP의 82%를 넘었고, 현 정부 임기 중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의무지출이 예산을 잠식해 정부가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 지출은 8%를 밑돈다. 물가는 4.6%로 중앙은행 허용 상한 4.5%를 넘었고, 기준금리는 13.75%다. 이 숫자들은 선거 결과를 몰라도 계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하락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같은 정보를 다른 가격에 다시 매기는 과정이다. 시장이 산 것은 룰라가 아니라 플라비우였고, 산 가격에는 플라비우의 재정 정책이 들어 있었다. 그 전제가 사라지자 가격이 아니라 보유가 먼저 무너졌다.
서킷브레이커는 왜 역효과를 내나
30분 정지는 가격 발견을 30분 멈춘다. 그동안 매도 주문은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미국 상장 EWZ는 브라질 장이 멈춘 사이 계속 거래된다. 헤지 수단이 먼저 팔리고, 그 가격이 다시 브라질 본장의 기준점이 된다. 그래서 서킷브레이커는 공포를 식히는 장치가 아니라, 다음 세션의 출발선을 더 나쁘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 쉽다.
이건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비중이 높고 ETF와 야간 선물로 접근하는 시장은 모두 같은 구조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서킷브레이커는 24번 발동됐는데, 대통령 선거 때문에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을 보면 되는가
첫째, 법정이다. 패배한 쪽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효 소송을 예고했다. 대법관이 투표 시간을 두 시간 연장한 것도 다툼의 대상이 됐다. 정치 리스크가 거리에서 법원으로 옮겨가면, 시장은 그 리스크에 만기일을 붙일 수 없게 된다.
둘째, 2027년 예산안이다. 의무지출을 늘리는 조항이 들어가는지, 최소임금 인상이 어느 폭으로 결정되는지가 금리 커브의 장기 끝을 정한다. 이번 주에 뛴 것은 단기물보다 장기물이었다. 2031년물이 330bp 뛴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에 대한 값이다.
셋째, 되돌림의 질이다. 다음 주에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외국인 순매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은 반등이 아니라 유동성 공백의 메우기다.
이 글이 틀리는 조건도 분명하다. 2027년 예산에서 재정 준칙이 실제로 훼손되고, 물가가 상한을 넘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이번 하락은 포지션 청산이 아니라 재평가의 시작이었다고 봐야 한다. 그때는 정치가 아니라 숫자가 원인이 된다.
남는 것
좋은 시장과 안전한 시장은 다르다. 올해 브라질은 좋은 시장이었다. 그러나 좋은 시장은 같은 방향의 포지션이 많이 쌓인 시장이고, 그런 시장은 문이 좁다. 문이 좁은 곳에서 모두가 동시에 나가려 하면, 가격은 펀더멘털이 아니라 출구의 폭으로 정해진다.
17.34%와 13.88% 사이의 3.5%포인트는 그 출구의 폭이다. 다음에 어떤 시장이 30% 넘게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면, 그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사람들이 나갈 때, 문은 얼마나 넓은가.
💡 정치 이벤트로 급락한 시장을 볼 때는 하락률보다 먼저 두 가지를 확인하자. 장중 저점과 종가의 차이, 그리고 그 하락이 장기 금리에서 시작됐는지 단기에서 시작됐는지다.
By KK · Chief of KKand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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