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AI가 만든 가짜 판례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런데 진짜 판례를 보려면 건당 1,000원을 내야 한다. 이름을 가리지 않은 판결문을 보려면 경기도 고양의 법원도서관까지 가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짜를 벌하는 손과 진짜를 잠그는 손이 같다.
조사 결과는 진짜다
법원행정처가 지난 2일 공개한 설문조사(10월 6일~16일, 각급 법원 법관 360명 응답)에서 243명(67.5%)이 허위·부존재 판례 등이 인용된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경험자 기준으로는 부존재 판례가 196명(80.7%)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 판례 159명(65.4%), 허위 법령 41명(16.9%)이 뒤를 이었다. 언론은 이 부분을 "법관 80%"로 요약했다. 제출 주체는 당사자 본인 164명(69.5%), 변호사 136명(57.6%)이었다. 응답자의 91.7%가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법원행정처 보도자료, 연합뉴스 2026.11.2).
대법원 판결서 형식을 그대로 흉내 낸 가짜 판결서가 제출된 사례도 있었고, AI와 대화한 문구가 서면에 그대로 들어간 사례도 있었다.
진짜는 잠겨 있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정한다. 예외는 심리에만 붙어 있다. 판결에는 예외가 없다.
그런데 확정 판결문이 인터넷 열람 서비스에 등록되는 비율은 2019~2022년 평균 약 30%였다(법원행정처 자료, 연합뉴스 팩트체크 2023.5.2). 열람은 건당 1,000원이다(대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실명 판결문은 법원도서관의 판결정보 특별열람으로만 볼 수 있고, 법원도서관장 승인이 필요하다.
2025년 6월 김정희원 교수 등이 제한적 공개가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법원은 50쪽이 넘는 의견서로 기각 의견을 냈다. 이유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였다(경향신문 2025.11.17).
다른 나라는 문을 열었다
영국은 2022년 4월 19일부터 법원이 판결을 국립기록원에 직접 보내고, 국립기록원이 Find Case Law에서 무료로 공개한다(국립기록원). 프랑스는 2016년 디지털공화국법으로 원칙을 세우고 2021년 9월부터 파기원 판결 약 48만 건을 Judilibre로 개방했다. 이후 하급심으로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프랑스 법무부, 파리변호사회). 미국 연방법원은 실명 공개가 원칙이다.
이건 사법 문제가 아니라 시장 문제다
자본시장에서 소송 리스크는 우발부채다. 그 리스크를 가격에 넣으려면 "이런 사실관계는 이렇게 판결났다"는 분포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는 그 분포가 없다. 그래서 법적 리스크는 계량되지 않고, 가격에도 들어가지 않고, 판결이 나온 뒤에 한꺼번에 터진다.
공시 제도가 왜 생겼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정보 비대칭이 시장을 죽이기 때문이다. 60년 전에 회사 장부를 열게 만든 논리가 판결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부를 감춘 기관의 판단을 시장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없는지 보자. 은행이 대출을 회수할 때 어떤 담보 설정이 인정되는지, 하도급 단가 조정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채무불이행자가 어느 선에서 법인격을 부인당하는지에 대한 판결 분포가 없다. 이걸 모르는 리스크 관리자는 최악을 가정해 충당금을 쌓는다. 보수적 충당금은 자본비용으로 돌아오고, 그 비용은 대출금리로 국민에게 청구된다.
접근권 자체가 돈이다. 법원도서관 출입증을 가진 사람과 1,000원을 아끼는 개인 사이의 간격은 지식의 간격이 아니라 자본의 간격이다.
AI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법률 AI의 정확도는 검색 대상 데이터베이스의 충실도에 달려 있다. 스탠퍼드 HAI 연구(2024.5)는 일반 챗봇이 법률 질문에서 58~82% 틀렸고, 법률 전용 도구도 17~34% 틀렸다고 보고했다. 판례가 닫힌 나라의 한국어 법률 AI는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사법의 문제이자 산업의 문제다.
Bottom line: 가짜 판례는 과태료로 막을 일이 아니다. 진짜 판례를 열면 대부분 사라진다.
확인할 것
개인정보 우려는 실재한다. 다만 그것은 비실명화 규칙과 열람 등급을 설계하는 문제이지, 열 것인가 닫을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공개 이후 개인정보 피해가 실제로 늘거나 판결문을 악용한 소송 남용이 확인되면 이 주장은 약해진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2025년 12월 12일 국회를 통과했고, 법 공포 후 2년이 지나야 시행된다. 2027년부터 1·2심 형사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연합뉴스, 2025.12.12).
민사소송법에는 이미 거짓 진술(제370조, 500만원 이하)과 문서 진정 부인(제363조, 200만원 이하)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 있다.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했다. 다만 이 조항이 실무에서 얼마나 쓰이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판결문 공개는 사법부의 호의가 아니라 시장의 인프라다. 가짜 판례를 벌하는 조항을 만드는 시간에 열람 등급표를 만드는 편이 빠르다.
출처
법원행정처 보도자료(2026.11.2), 연합뉴스·경향신문·동아일보(2026.11.2) / 대한민국헌법 제109조, 법원조직법 제8조, 민사소송법 제363조·제370조(국가법령정보센터, 시행 2026.10.2 기준) / 연합뉴스 팩트체크(2023.5.2, 법원행정처 자료) /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안내(scourt.go.kr) / 경향신문(2025.6.17, 2025.11.17) / 형사소송법 개정: 연합뉴스·경향신문·한국경제(2025.12.12) / Find Case Law, The National Archives(2022.4.19~) / 프랑스 법무부 open data, Judilibre(2021.9, décret n°2021-1276) / Stanford HAI·RegLab(2024.5.23)
By KK · Chief of KKand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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