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 & Friends는 'KK'로 시작하지만 'Friends'로 끝난다. 이름의 앞뒤가 이 공간의 설계도 전부다.
30년 렌즈는 무기이면서 편향이다
자본시장에서 30여 년 구르며 가장 비싸게 치른 교훈은 이것이다. 아무리 오래 판을 본 사람도 자기 프레임의 확증 편향은 혼자서 잡아내지 못한다.
내 렌즈는 오래 갈고닦은 도구다. 동시에 그 도구가 굳혀놓은 편향이기도 하다. 초점이 선명해질수록 시야의 가장자리는 어두워진다.
그래서 다른 배경, 다른 포지션, 다른 뷰를 가진 사람이 같은 로우 데이터를 어떻게 읽는지 듣는 일이 필요하다. 내 승률을 올려준 건 내 확신이 아니라 남의 반박이었다. 맞힌 날보다, 누군가 내 논리의 이음새를 정확히 찔러준 날에 더 많이 배웠다.
여기서 'Friends'는 마케팅 수사도, 명함 교환용 네트워크도 아니다.
- 함께 시그널을 읽고
- 서로의 밸류에이션을 검증하고
- 세운 가설을 같이 깨뜨리는 자리
30년 커리어의 대부분은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얼마나 빨리 아느냐로 갈렸다. 시장은 틀린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는다. 틀린 줄 모르는 사람에게 준다.
나는 이 테이블의 주인이 아니다. 그냥 가장 먼저 앉아 판을 깐 사람일 뿐이다. 앞으로 이 모퉁이에는 나와 뷰가 정반대인 게스트의 목소리도 들어온다.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견이 부딪치는 그 반대 매매의 순간이야말로 여기서 가장 싸게 사는 알파다.
다섯 갈래를 하나의 좌표계로
① 다루는 스트림
- #macro 유동성과 금리가 만드는 거시의 진짜 방향
- #digital-assets 화폐 진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디지털 자산의 현실과 환상
- #equity 레거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룰이 바뀌는 변곡점
- #geopolitics 지정학이 프라이싱에 남기는 자국
- #korea 글로벌 자금 흐름 속 한국 경제의 모순과 역발상
② 쓰는 방식
글 하나에 메타포 하나로 그림을 그리고, 숫자 두세 개로 못을 박는다. 정답을 팔지 않는다. "이 각도에서 프라이싱할 수도 있다"는 좌표 하나를 놓을 뿐이다.
③ 서 있는 자리
당신 대신 베팅하는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변동성의 안개 속에서 같은 속도로 옆에서 뛰는 페이스메이커에 가깝다.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지도 읽는 법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④ 하지 않는 것
속보를 다루지 않는다. 종목을 찍지 않는다. 확신을 팔지 않는다. 하루 단위 노이즈를 쏟아내는 미디어도, 정답을 쥐여주는 고액 컨설팅도 이 자리의 모델이 아니다.
정보는 넘치는데 해석 인프라는 얇아졌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인력이 2015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는 업계 추정이 있다(수치는 확인 필요). 같은 기간 금융 콘텐츠의 총량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피드는 24시간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 구조를 짚는 글의 비중은 계속 얇아진다.
여기까지는 관찰이고, 여기서부터는 내 렌즈다. 이건 미디어 업황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해석 인프라가 얇아진다는 신호로 읽힌다. 리서치가 비운 자리를 큐레이션과 PR이 채우면, 참가자들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각자의 에코챔버 안에서 정반대 결론에 도달하는 데 익숙해진다. 그때 희소해지는 건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걸러낼 프레임이다.
글로벌도 다르지 않다. 문장은 매끄러워졌는데 책임지는 주어가 사라졌다. 값이 0으로 수렴하는 쪽은 요약이고, 값이 붙는 쪽은 누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다.
1792년에도 전문가들은 한곳에 모였다
버튼우드 나무 아래에서 브로커 24명이 종이 한 장에 서명한 것이 뉴욕 증권거래소의 출발이었다. 그 뒤로도 한참 커브스톤 브로커들은 길바닥에서 값을 불렀다. 건물은 훨씬 나중 일이다.
JP Morgan에서 금융을 처음 배웠고, Bank of America 한국 대표로 앉아 있던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10페이지짜리 리포트가 아니라 장 마감 후 커피 한 잔 앞에서 오간 세 줄에서 먼저 나왔다. 공식 문서는 늘 그 세 줄을 뒤늦게 확인해주는 역할이었다. 그 대화에 직급도 로고도 필요 없었다. 필요한 건 자기 판단에 자기 이름을 걸 사람 몇 명뿐이었다.
거래소도, 지금 당연하게 쓰는 시장 규칙도 대부분 그렇게 시작했다. 제도가 먼저 있고 대화가 뒤따른 적은 거의 없다. 순서는 늘 반대였다.
KK & Friends는 그 길모퉁이의 디지털 버전이다.
우리들의 대화가 오가는 작업장
이곳에서 오가는 건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실패한 가설이 널려 있고, 가끔은 길을 잘못 든다. 그럴 때는 모델이 왜 틀렸는지, 어디가 사각지대였는지를 그대로 적어둔다. 사후에 맞춘 예측보다 정직한 오답 노트가 오래 남는다.
여기서 챙겨갈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반복되는 구조를 알아보는 패턴, 헤드라인 너머를 묻는 프레임, 모르는 변수를 모른다고 말하는 정직함. 셋 다 시간이 지나야 값이 붙는 자산이라, 오늘 당장은 심심해 보인다.
혼자 보면 확신이 빨리 오고,
같이 보면 오답이 빨리 온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해석은 필자 개인의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