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엔 돈 빌려주지 마세요”
1953년 한국의 신용조회 결과는 한 줄이었다 —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건 불가능하다. 2026년 무디스는 Aa2를 유지했다. 30년간 이 점수판 안에서 밥을 먹고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이 점수는 감동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무엇을 팔아 버는지, 빚을 어떻게 얻어 썼는지, 약속을 지킨 기록이 있는지 — 딱 세 가지만 본다. 밥이 없는데 학교를 지어 20년 뒤 청구서를 받은 이야기, 남들이 손 뗄 때 지른 포항제철·울산·반도체, 그리고 1997년. 그해 무너진 건 공장이 아니라 현금 관리였고, 금 모으기가 갚은 것도 빚이 아니라 신용이었다. 그래서 뒷장을 봐야 한다. 출산율 0.80, 꺾이지 않는 빚의 방향, 90%에 육박한 가계부채, 반도체 한 다리, 그리고 계산이 안 되는 항목 하나. 지난 73년의 점수는 공장이 올렸지만 다음 73년은 공장으로 안 된다.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