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같은 날 1억 원어치 비트코인을 샀다. 1년 뒤 가격이 두 배가 됐다. 그런데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셋이 다르다.
코인을 직접 사서 들고 있었으면 2027년 1월부터 양도차익에 22%가 붙는다. 해외 상장 현물 ETF를 샀으면 여기에 운용보수가 얹힌다. IBIT 기준 연 0.25%, 10년이면 누적 2.47%다. 국내 상장 트레저리 기업 주식을 소액주주로 샀으면 양도차익에는 세금이 없고 코스닥 매도대금의 0.20%가 거래세로 나갈 뿐이다.
22%와 0.20%를 나란히 놓고 백 배 차이라고 말하면 틀린다. 앞의 것은 번 돈에 붙고 뒤의 것은 판 돈 전체에 붙는다. 그래도 격차는 크다. 비트코인이 100% 오른다고 놓고 원금 100 기준으로 계산하면 직접 보유는 78.0이 남고, 국내 트레저리 주식은 99.6이 남는다.
21.6의 차이다. 이 숫자 때문에 요즘 트레저리 기업 주식이 비트코인의 절세 통로로 불린다.
그런데 그 21.6은 무엇을 전제하고 있나
트레저리 기업 주가는 세 개가 곱해진 결과다. 비트코인 가격, 주당 비트코인 수량, 그리고 시장이 얹어주는 배수. 업계에서 mNAV라 부르는 그 배수다.
앞의 세후 수익 비교표는 이 중 마지막 하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mNAV가 그대로라고 놓고 계산한 값이다. 그리고 그 전제는 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풀어보면 이렇다. 비트코인이 100% 오르는 국면에서 mNAV가 10.8%만 내려가면, 99.6은 직접 보유의 78.0과 같아진다. 상승폭이 작을수록 허용치는 더 좁다. 20% 오르는 구간에서는 3.5%, 50% 구간에서는 7.1%만 내려가도 우위가 사라진다.
주당 비트코인이 늘면 여유가 생긴다. 100% 구간에서 주당 비트코인이 5% 늘면 mNAV 15.1% 하락까지, 10% 늘면 18.9%까지 버틴다. 그러니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회사가 주당 비트코인을 실제로 늘리고 있는가, 그리고 배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당 비트코인부터
주당 비트코인은 보통주 한 주가 깔고 앉은 코인의 양이다. 신주를 찍지 않고 코인을 더 사면 늘어난다. 신주를 팔아 그 돈으로 코인을 사면 발행가격이 기존 주당 가치보다 비쌌는지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전환사채는 한 박자 늦게 온다. 전환 전에는 주식 수가 그대로라 숫자가 깨끗해 보이고, 전환되는 순간 희석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그래서 발행 주식 수가 아니라 완전희석 기준으로 봐야 한다.
비트플래닛은 2026년 상반기에 신주 발행 없이 35.04 BTC를 추가 취득해 주당 비트코인을 13.2% 올렸다. 다만 제16회·제17회 전환사채가 전부 전환되면 최대 희석률이 7.8%다. 늘린 만큼의 절반 이상이 나중에 되돌려진다는 뜻이다. 어느 회사든 이 두 숫자는 같이 봐야 한다.
배수는 회사가 정하지 않는다
주당 비트코인은 경영진이 움직일 수 있다. mNAV는 아니다.
2025년 비트코인은 6.3% 내렸는데 Strategy 주가는 47.5% 빠졌다. 같은 해 1~3분기 주당 비트코인은 26% 늘어난 상태였다. 회사가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배수가 무너져서다.
배수가 1배 아래로 내려가면 회사의 행동 자체가 달라진다. 순자산보다 싸게 거래되는 회사가 신주를 찍어 코인을 사면 기존 주주 몫을 깎는 일이 된다. 그래서 Metaplanet은 2025년 10월 mNAV가 1배를 밑돌자 석 달가량 매입을 멈췄다. Strategy는 반대쪽에서 부딪혔다. 우선주 배당 부담이 17억 달러 규모로 쌓이자 2026년 5월부터 8월까지 5,310 BTC를 팔아 재원을 만들었다.
사 모으기를 멈추거나, 쌓아둔 걸 헐거나. 둘 다 주당 비트코인을 깎는다. 배수가 내려가면 아래층까지 같이 내려간다는 뜻이다.
한국 투자자는 이 장면을 이미 봤다
Korea Fund는 1984년 뉴욕에 상장됐다.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사실상 닫혀 있던 시절, 미국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담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였다. 통로가 귀하면 값이 붙는다.
지금 그 펀드는 순자산가치보다 15.9% 싸게 거래된다. 52주 평균으로도 13.3% 할인이고, 이사회는 할인 폭을 줄이겠다며 자사주를 상시 매입하고 있다. 같은 구조의 Taiwan Fund는 18.7% 할인, 5년 평균 17.7% 할인이다.
한국 주식을 사는 다른 길이 열리면서 프리미엄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할인이 들어와 40년째 눌러앉아 있다. 프리미엄이 무너지는 방식은 폭락이 아니다. 어느 날 보면 없고, 그다음부터 돌아오지 않는다.
내 결론은 이렇다
여기서부터는 계산이 아니라 판단이다. 반대 의견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도 밝혀둔다.
절세는 매도 시점에 한 번 확정되고 끝나는 숫자다. mNAV는 장이 열릴 때마다 다시 매겨지는 숫자다. 성격이 다른 두 숫자를 같은 표에 올려 더하면, 확정된 이익이 변동하는 위험을 가려버린다. 21.6이라는 우위는 실재하지만 그 우위가 놓인 바닥이 매일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결정을 쪼개는 쪽이 맞다고 본다. 비트코인 방향에 거는 것과, 그 비트코인을 남의 대차대조표를 통해 들고 있겠다는 것은 다른 결정이다. 후자는 배수와 희석과 경영진의 자본배분을 함께 사는 일이다. 둘을 한 줄의 세후 수익률로 합치면 나중에 어느 쪽이 틀렸는지 복기할 수도 없다.
Bottom line: A tax rate settles once. A multiple is repriced every morning.
남는 질문
절세 효과는 계산기로 확인된다. 프리미엄이 어디까지 버틸지는 계산기로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 이 종목을 들고 있는 이유가 세율 때문인지 회사 때문인지,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아직 결정을 쪼개지 않은 것이다.
이해충돌 고지 — 이 글이 다루는 국내 상장 트레저리 기업 범주에는 비트플래닛(049470)이 포함되며, 해당 회사는 발행기관 KK & Friends와 관계가 있습니다. 본문의 모든 수치는 공시·거래소 시세·공개 집계 데이터만 사용했고, 특정 종목의 투자 권유나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출처 — Bitplanet 리서치랩 「같은 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은 다르다」(2026-09-09) 및 부록 ①·②(세후 손익·mNAV 임계치 자체 산출, 시세 기준일 2026-08-31); 소득세법 가상자산 과세 조항 및 2026-08-10 발의 개정안(의안번호 2220515); iShares IBIT 운용보수 공시; Korea Fund(KF)·Taiwan Fund(TWN) 할인율은 CEF Connect 공시 기준(각 2026-08-21, 2026-09-10). 세후 손익 계산에서 250만 원 기본공제·거래수수료·환차손익은 제외했습니다. Korea Fund의 1980년대 프리미엄 폭은 원자료를 확인하지 못해 수치 없이 서술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