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을 벌었다. 국내 상장주식을 소액주주로 샀다면 세금 0원, 해외주식이면 2,145만 원, 코스피200 선물이면 1,072만 원, 2027년부터 코인이면 다시 2,145만 원이다. 세법은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자산에 붙은 이름표에 세금을 매긴다.
법전에 그어진 네 개의 계정과목
① 국내 상장주식: 과세 대상인데, 대부분 비과세
- 자본시장법상 증권, 소득세법 제94조상 양도소득 과세 대상이다.
- 그런데 소액주주가 장내에서 팔면 → 과세에서 빠진다. 한 종목을 50억 원 이상 든 대주주만 22~27.5%를 낸다.
- 2025년 7월 정부가 이 선을 10억 원으로 내리겠다고 하자 다음 날 코스피가 3.8% 빠졌고, 9월 50억 원 유지로 정리됐다.
- 대신 팔 때마다 매도대금의 0.20%가 거래세로 나간다. 번 돈이 아니라 판 돈 전체에 붙는 세금이다.
② 해외주식: 같은 증권, 다른 국경
- 연 250만 원을 넘는 이익에 22%.
- 손익은 해외주식끼리만 합친다.
- 같은 미국 주식을 국내 상장 ETF로 사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매매차익이 양도소득이 아니라 배당소득으로 잡혀 15.4%가 원천징수된다. 공제는 없지만 세율은 낮다. 같은 종목, 같은 날의 가격 상승인데 포장지에 따라 칸이 바뀐다.
③ 파생상품: 위험은 가장 큰데, 세율은 절반
-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 세법상 양도소득이지만 주식과는 다른 바구니다.
- 법에 적힌 세율은 20%인데 실제로는 탄력세율 10%, 지방세를 더해 11%다. 탄력세율은 법정세율을 시행령으로 낮춰 실제 적용하는 세율을 말한다.
④ 가상자산: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정의된 자산
-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 2024년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따로 정의한다. 증권 성격이 확인되면 토큰증권으로 분류돼 ①의 칸으로 넘어간다.
- 소득 분류도 양도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이다. 2027년 1월부터 250만 원 넘는 이익에 22%, 다른 소득과 합치지 않고 따로 계산하는 분리과세다.
- 같은 해 손익만 상계된다. 올해 손실을 내년 이익에서 빼주는 이월공제는 없고, 주식 손실과도 섞이지 않는다.
- 이미 들고 있는 코인은 실제 매입가와 2026년 12월 31일 시가 중 높은 쪽을 원가로 쳐준다. 매입가를 입증하지 못하면 매도대금의 50%를 원가로 본다. 거래소별이 아니라 국내·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모두 합친 평균 단가로 계산한다.
- 원래 2022년 시행이었다. 세 번 연기됐고, 국회에는 2029·2030년 유예안과 폐지안이 함께 올라가 있다. 정부는 2027년 시행 입장이다.
이름표가 위험을 대신 재고 있다
비과세 쪽 논리는 가볍지 않다. 거래세가 이미 양도세의 대가이고, 국내 자본시장을 키우려면 세금이 장을 떠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팔 때 세금이 붙으면 사람들은 오른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틴다. 세금을 미루려는 보유가 늘면 시장의 회전이 느려진다. 2024년 12월 금융투자소득세 (주식·채권·펀드의 손익을 한 바구니에 넣어 순이익에만 과세하려던 제도)가 시행 직전 폐지된 것도 이 판단이 이긴 결과였다. 그 바구니 안에는 원래 국내 주식 이익 5,000만 원까지의 공제도 있었는데, 제도와 함께 사라졌다.
반대편 논리도 단순하다. 근로로 번 1억 원과 주식으로 번 1억 원은 경제적으로 같은 1억 원이다. 그리고 지금 표는 그 원칙에서 네 갈래로 벌어져 있다. 손실 쪽은 더 비대칭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미국과 영국이 주식과 디지털자산의 손실 이월을 허용한다고 짚었다. 한국의 코인 투자자는 이익엔 22%를 내고, 손실은 그해 12월 31일에 사라진다.
과세망 바깥도 있다. 해외 거래소의 가상자산 선물이 ③과 ④ 중 어디에 걸리는지는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해외 거래 정보를 국가끼리 자동으로 주고받는 OECD 체계(CARF)가 2027년 46개국으로 시작하지만, 미국은 2029년에야 들어온다.
월가는 이 장면을 한 번 겪었다. 2000년 미국 의회는 상품선물현대화법으로 장외 스왑을 선물도 증권도 아닌 자리에 두었다. 이름이 없는 칸에서 시장은 감독 없이 자랐다. AIG가 판 신용부도스왑 (채권이 부도나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계약)은 보험처럼 작동했지만 보험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그래서 보험사라면 쌓았을 준비금도 없었다. 2008년 그 칸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도착했다. 분류가 위험을 담지 못하면 돈은 분류의 틈으로 흐른다.
Bottom line: Tax follows the label. Capital follows the gap.
정의가 세율보다 먼저 온다
세율 논쟁은 사실 정의 논쟁의 뒷면이다.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를 다시 쓰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정부가 7월 하반기 입법을 공식화했고, 여당은 정기국회 처리를 말하지만 정부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의가 바뀌면 따라오는 것이 많다. 정부는 같은 계획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ETF가 들어오는 순간 같은 비트코인이 증권의 옷을 입는다. 그 ETF의 이익이 어느 칸의 세금을 따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산은 그대로인데 이름표가 바뀌고, 이름표를 따라 세금도 바뀐다.
순서가 뒤집혀 있는 셈이다. 세금은 2027년 1월에 오는데, 그 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은 그 뒤에 온다. 이걸 실패로만 볼 필요는 없다. 스왑도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서야 제 이름을 얻었다. 계정과목이 네 개로 갈라진 지금 상태는 붕괴가 아니라, 새 자산이 기존 장부에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흉터에 가깝다. 다만 흉터가 아무는 동안의 세금은 지금의 이름표대로 매겨진다.
💡 세율보다 먼저 볼 것은 그 자산이 법전 어느 칸에 들어 있는가, 그리고 그 칸이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인가다.
세율표를 보는 사람에게는 숫자 네 개가 보이고,
분류표를 보는 사람에게는 아직 다 그려지지 않은 지도가 보인다.
경로별 세후 차이(직접 보유·해외 ETF·국내 상장주식 경유)는 9월 13일 글 「당신이 산 것은 비트코인인가, 남의 대차대조표인가」에서 다뤘다. 이번 글은 그 앞 단계, 이름표 자체를 다룬다.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가상자산 소득과세의 쟁점 및 과제」(2026-09-17, 블록미디어 보도); 데일리안, 가상자산 과세 시행 준비(2026-09-26); 블록미디어, 대주주 기준 하향안(2025-08-16); 전북일보, 대주주 50억 유지(2025-09-15); 더퍼블릭, 2026년 증권거래세; KB Think,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SBS Biz, 금투세 폐지·가상자산 과세 유예 본회의 통과(2024-12); 디지털자산기본법 하반기 입법(2026-07-14). 도입부 세액은 1억 원 이익에 250만 원 기본공제를 적용한 단순 계산이며, 국내 상장주식은 소액주주 기준이다. 거래수수료·환차손익은 제외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